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100% 사실과 부합하지는 않더라도, 그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습니다. 화질 좋은 단렌즈가 좋다. 조리갯값이 낮은 렌즈가 좋다. 줌렌즈는 3배 이내의 줌 비율이 한계다. 가변 조리개? 초보 시절, 싼 맛에 쓰는 거다. 뭐, 이런 내용이죠. 4배의 줌 비율을 가진 렌즈. 게다가 조리개는 5.6~6.3 가변… 거기에 600mm 망원을 소화하는 렌즈? 코끼리처럼 렌즈 앞이 들락거리고, 몸통은 싼 재질의 플라스틱, 조리개를 조여서 f/8 정도로 찍더라도 뿌연 사진만 찍히고, 그나마도 버벅이는 AF 속도로 ‘스포츠 사진을 찍겠다’는 꿈을 좌절시키는 제품이 연상됩니다. 그런 사양의 렌즈를, ‘GLOBAL VISION’을 선포한 시그마가. 그것도 당당히 ‘S’ 딱지를 달아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S 120-300 F2.8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린 P&I를 찾기 전까지는요.


영원한 자게이 '뭐걍옹'


세기카메라 부스에 전시된 Sigma S 150-600mm F5-6.3 DG OS HSM으로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접근하기 어려운 모델을 멀리서 찍고 LCD에서 리뷰하며 150-600에 대한 편견을 잠깐 접고서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서론이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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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MA GLOBAL VISION’의 Sports 라인임을 당당히 뽐내는 ‘S’플레이트




150-600mm 를 커버하는 줌렌즈. LOCK 스위치로 고정할 수 있으며, 줌링 회전과 직진식을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줌링의 회전반경은 110도 정도이며, 망원으로 갈수록 촘촘하게 변환됩니다.




AF, MF 사이에 MO (Manual Override) 모드가 생겼습니다. AF로 사용하다 피사체를 놓친 상황에서 초점링을 돌려 MF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AF 범위는 FULL, 10m-무한대, 2.6-10m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등은 10미터 이상으로 놓고 찍을 일이 많았습니다.

시그마의 손떨림 방지 시스템인 OS (Optical Stabilizer) 모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모드 1은 상하좌우의 진동을 감소시켜 정물이나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용하며, 모드 2는 상·하의 진동만 감소시켜 모터스포츠 등 패닝샷에 사용합니다.

‘SIGMA GLOBAL VISION’ 이후 출시되는 Art, Contemporary, Sports 렌즈의 큰 장점인 CUSTOM 모드 선택이 가능합니다. 별도로 판매되는 USB DOCK에 렌즈를 장해 USB로 컴퓨터에 연결, Optimization Pro 소프트웨어를 통한 점 교정, AF와 OS의 감도 등을 사용자가 직접 조정할 수 있습니다.
1, 2 각각 세팅해 상황에 맞는 모드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AF 속도와 촛점의 정확도를 모드 1, 2에 담아서 피사체의 속도에 따라 변환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삼각대 소켓이 Sports 라인의 전작인 120-300에 비해 개선됐습니다.
90도 단위로 고정되는 부위가 있어서 빠르고 정확하게 가로, 세로의 구도 변환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기존의 소켓에 비해 더 튼튼하게 변했습니다.
손으로 잡기에도 조금 편해졌습니다.





공식적인 렌즈 사양은 http://www.sigma-global.com/kr/ 에서 가져왔습니다.
MTF 차트 등 자세한 내용은 해당 웹사이트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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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미식축구를?'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우리나라도 미식축구연맹이 있고, 대학교 팀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식축구는 109.7m x 48.8m인 직사각형 경기장에서 경기를 진행합니다. 이 크기의 경기장에서 원활한 운용이 가능한 렌즈라면 거의 모든 종목에서 운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미식축구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망원에서 6.3 조리개는 분명 스포츠에 어울리는 사양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날씨에 열리는 경기라면 5.6을 버리고 6.3 이상으로 조인 상태에서도 원하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셔터 스피드 1/1000, 조리개 6.3을 기준으로 감도는 250~400 정도를 오가며 촬영했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매우 빠르고, 불규칙한 방향 전환이 많은 종목의 특성은 렌즈가 얼마나 피사체를 놓치지 않고 잘 추적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보급형의 가변조리개를 채용한 줌렌즈와는 차원이 다르게 빠른 AF 성능을 느꼈습니다.






구름이 많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뿌연 상태의 한강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속도는 매우 빠른 보트도 어려움 없이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600mm 망원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00~600mm 구간의 촬영에서 초점거리의 변화에 따른 성능의 편차는 없었으며, OS 모드2는 셔터속도 1/25초로 패닝샷을 담기에도 무리 없는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실내 스포츠의 경우 5.6-6.3의 조리갯값은 분명한 약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역동적인 모습을 담기 위한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엔 벽이 느껴지더군요. 리뷰에 사용한 바디는 Canon 1D Mark IV이며 감도는 4000 전후로 사용했습니다. 1DX 정도의 노이즈 억제력을 가진 바디라면 조금 더 감도를 올려서 원하는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리뷰에 사용할 역동적인 모습은 촬영하지 못했지만, 결과물의 노이즈를 무시한다면 선수들의 움직임은 실내에서도 꽤 잘 따라가는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SIGMA S 150-600mm F5-6.3 DG OS HSM with TELE CONVERTER TC-2001


SIGMA S 150-600mm F5-6.3 DG OS HSM with TELE CONVERTER TC-2001




Sigma S 150-600mm F5-6.3 DG OS HSM. 제품명에 드러난 조리갯값은 분명히 이 렌즈의 약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꽤 길게 나오는 렌즈 코는 고급스러운 재질의 렌즈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약점이 있는 Sigma S 150-600mm F5-6.3 DG OS HSM 이지만, 여러 상황에서 사용한 결과 ‘시그마 글로벌 비전’의 S 플레이트에 대한 신뢰감을 줬습니다. '실외 스포츠에 적합한 화각. 충분히 빠른 AF와 안정적인 피사체 추적, 신뢰할 수 있는 OS 성능과 시그마만의 특징인 커스텀 모드'는 렌즈 사양에 대한 편견을 버리면 실외 스포츠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은 세기P&C(주)로부터 'Sigma S 150-600mm F5-6.3 DG OS HSM'을 평가용으로 대여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