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의 행복. 인사동 옛날짜장

food 2015. 7. 15. 14:59 posted by zzikssa

 


물의 올바른 영어 표기는 water 입니다.



온겨레가 즐기는 짜장면은 그 이름에 사연이 많았다. 된소리를 피한다는, '표준 중국어 표기법'의 zh 발음이 'ㅈ'이라는, 별의별 구실로 자장면을 표준어로 강요했으며, 심지어 1997년 4월 공영방송 KBS가 자오즈민을 내세운 프로그램으로 짜장면의 기원을 중국의 작장면으로 지목, 짜장면 탄압이 극에 달해 자장면과 함께 표기되던 짜장면의 흔적을 지워내기에 성공한듯 했다.


하지만, '짜장면 이름 찾기 범국민 운동본부'등 재야 단체의 노력과 국민 가슴 깊이 녹아있던 짜장면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는 2011년 8월 31일 짜장면이 복수 표준어로 지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90년대 이전에도 자장면의 표기가 많았고, 짜장면은 버스를 뻐스로 발음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사실상 자장면이 올바른 표현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주장도 있음)


금요일이면 짜장면 죽이기에 앞장섰던 KBS의 구내식당에선 짜장면을 맛볼 수 있다. 주5일 근무제 이전에는 토요일에 제공하던 메뉴를 금요일로 옮긴 것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지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일제강점기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서 낭독을 한 태화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탑골공원에는 학생들이 모였고, 민족대표를 대신하여 경신학교 출신 정재용이 팔각정에 올라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지금은 노인들만이 모여 함께 희미한 시간을 우려내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탑골공원은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한 팔각정과 (보존을 위해 유리에 둘러싸였지만, 그 웅장함과 정교한 조각을 감상하기엔 충분한) 국보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있는 우리 모두의 공원이다. 인사동 나들이 전후에 잠시 들려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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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은 금연거리죠.


탑골공원을 나와 건널목을 지나 인사동으로 걷다 보면 바닥에 금연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마침 근처에 휴지통도 있고, 보행자에게 방해되지 않을 공간적 여유가 있으니 조심스럽게 담배를 입에 물었는데 짜장면이 2,000원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짜장면 2,000원 _ 짬뽕 3,500원 _ 우동 3,000원 _ 탕수육 3,000원 _ 정말 착한 가격이다.


'저기서 짜장면을 먹으면 90년대 중반으로 타임슬립을 하지나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짜장면집은 왼편에 보이는 '먹거리쉼터'의 일부로 보입니다.


위 사진은 짜장면을 먹은 후 찍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분이 짜장면집과 그 주위를 소독하고 계시더군요. '노점인 듯 노점 아닌 노점 같은' 짜장면집의 위생 점수가 20점 올라갔습니다.


짜장면 그릇을 뺀 젓가락과 단무지 그릇은 1회용.


조금 이른 시간이고, 금요일이면 업무차 KBS 구내식당의 짜장면을 먹을 수 있지만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들어가면서 주방(?)의 주인께 주문과 계산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물, 단무지는 스스로 해결하셔야 합니다.


마침 점심때를 준비하느라 쉴새없이 탕수육을 튀기던 이모님께서 삶은 면의 물기를 제거하지 못했네요. 조금 묽었습니다. 하지만, 제법 실하게 들어있는 감자가 씹는 재미를 주더군요.


둘이서 탕수육과 함께 짜장, 짬뽕을 먹으면 9,500원. 캬...

역시나 두서없는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