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역 즉석 우동·짜장면 전문 포장마차

food 2015.06.04 13:53 posted by zzikssa (means the photographer) zzikssa

 

피겨 스케이팅 사진으로 시작했던 블로그가 점점 산으로 갑니다… 다량의 사진을 올리기엔 페이스북(www.facebook.com/figurephoto)이 편해서 주로 이용하고, 개인 홈페이지(www.figurephoto.co.kr)도 운영하니,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서 이것저것 올립니다.


대한민국 블로거라면 누구나 도전하는 맛집기행!…까지는 아닙니다. 제가 뭔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체질도 아니고, 그럴 시간과 돈도 없거든요. 그냥, 제 심금을 울린 먹거리를 가끔씩 올려보려 합니다. 물론, 다른 카테고리의 내용도 가끔씩 올릴 계획입니다.


그럼, 대망의 food 카테고리 1탄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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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를 하는 아들 덕분에 수요일은 저녁식사를 건너뛰고, 야식을 주로 먹습니다. 라면, 짜파게티 등의 인스턴트 식품이 대부분이죠.


지난 수요일(2015년 5월 27일), 훈련을 마친 아들과 라면이나 먹을까? 생각했는데, 배고프지 않다며… 잠자리에 들어가버린 아들.



갑자기 우동이 땅깁니다. 이래저래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었고, 의외로 포장마차를 찾기 어려운 동네라, 포장마차를 찾아 꽤 오래 걸었습니다. 새벽까지 영업하는 국숫집도 있지만, 포장마차에서 소주와 곁들인 우동이 너무나 땅겼거든요.



붉은 천막과 '즉석 우동·짜장 전문'이라는 간판을 보고 반갑게 들어갔습니다.


파란 테이블 6개가 놓인 천막 내부. 화물차 짐칸을 개조한 주방에는 4개의 큰 들통이 있고, 면을 뽑는 기계도 있었습니다. 주방장 모자를 쓴 주인장도 계셨고… 우동을 찾아 밤거리를 헤맨 제가 머리에서 그리던 바로 그 분위기! (안타깝게도 술은 취급하지 않았습니다만, 걷느라 체온이 올라간 상황이라서 소주에 대한 열망은 이미 가셨습니다.)


빨간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서 허겁지겁 우동가락을 흡입했습니다. 뜨끈, 시원한 국물도 후루룩~



3천 원의 행복을 만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국물맛이 머리에 맴돌았고, 다음날 점심을 먹기 전까지 생각나더군요.


바로 다음 날. 마눌님께 전날 먹은 우동을 찬양하며 '내 모처럼 그대에게 왕후의 식사를 대접하겠노라'는 생각에 포장마차로 향했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는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아… 님은 갔습니다. 


(만해 한용운 / 님의침묵中)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요? 포장마차가 없습니다. 주변을 아무리 뒤져봐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황당한 일은 그 다음 날도 계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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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본론에 들어가는군요. (단 한 번 맛을 보여주고 흔적없이 사라졌던 그 포장마차는 주인장의 사정에 의해 며칠 영업을 쉰다는 정보를 접했고, 벼르다가 꼭 1주일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즉석 우동·짜장 전문' 포장마차는 롯데백화점 노원점 건너편 골목에 있습니다.



전형적인 포장마차의 외관과 다르지 않습니다.



뒤에서 바라본 포장마차 전경.



우동과 짜장은 3천 원. 술은 팔지 않으며, 물은 셀프.



면을 삶는 주인장님의 모습.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드실 수 있습니다.



제 앞 테이블을 홀로 찾으신 분은 짜장면을 드셨더군요. 다음에 꼭 먹어보겠습니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수기, 냅킨이 보입니다. 포장 손님을 위한 랩핑기도 있네요. 포장 됩니다.



드디어 등장하신 우동. 딱 적당한 분량으로 제공되는 단무지.



이 고춧가루를 푸슉푸슉 뿌려서 드시면 됩니다. (100% 고춧가루인지, 고춧가루 조미료인지는 모릅니다.)



1990년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을 배경으로 깔고 우희진이 휘날리던 머리의 샴푸 냄새처럼 사무치게 그리웠던 우동의 향.


누군가는 그 사무침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왜곡된 기억으로 생긴 미련이며, 단돈 3천 원으로는 결코 우희진이 무슨 샴푸를 썼는지 알아낼 수 없다고, 이제는 놓아주라며 제 어깨를 도닥여주기도 했습니다.


어제 다시 만난 우동. 저는 저를 위로했던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맛있는 우동집이 있는데… 같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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