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 대부분이 앓는다는 '장비병'


그 장비병은 대부분 최신의 카메라 바디, 렌즈, 조명 등의 제품을 향한 갈망이 그 원인이지만, 카메라 가방도 그 장비병의 큰 원인균임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초기에 F-2에 정착해 15년 정도 사용하고 있으며, 크기나 노트북 수납 등의 용도에 따라 한 두개 추가, 방출한 경험만 있습니다. 이 DOMKE F-2 직전에 구매, 상황에 따라 사용했던 빌링햄 하들리 오리지널 정도가 조금 길게 동거했고 특별히 가방에 대한 장비병을 앓은 기억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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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소개하자면, 돔케 F-2는 미국 인콰이어러의 사진기자 Jim Domke가 1976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가방이라고 합니다. 캔버스 재질의 가방에 두툼한 바닥 쿠션, 꽤 부실하게 느껴지는 2X2 칸막이로 구성된 기본적인 숄더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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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링햄을 사용하다가 수납공간이 부족해 사들인 F-2. 저에겐 기억하기도 싫은 아픈 추억을 공유하는 가방입니다.


처음으로 F-2를 구입,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현장에 나갔던 저는 같은 F-2 블랙을 소지한 한 여기자와 마주쳤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여기자의 F-2는 은은하게 물이 빠져서 짙은 회색이었고, 제 가방은 누가 봐도 새 제품인 완벽한 검은색이었습니다.


사진인에게 필요한 덕목 가운데 '뽀다구, 자세, 가오' 등으로 표현되는 미묘한 심리상태 아시죠? 꽤 부끄러웠습니다.


2016년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뽀다구, 자세, 가오'를 지녔다고 자부하면서 제가 가진 DOMKE F-2를 소개합니다.


40년 전에 비하면 요즘의 장비들은 크기가 꽤 커졌습니다. 필름 시절의 장비를 위한 가방은 요즘의 장비를 품기에는 다소 좁은 느낌이 들죠. 플래그쉽 바디에 2.8 줌렌즈 3개와 플래시 정도가 들어가면 주 수납공간은 꽉 들어찹니다.



캔버스 재질의 숙명인지, 작은 흠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큽니다. 특히 빈번한 쓸림을 담당하는 끈 부위는 예쁘게 뜯어진 모습을 보고 '아~ 예뻐'라는 생각을 마칠 시점에는 사정없이 뜯어집니다. 네... 늦었어요.



몸과 접촉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죠. 순식간에 뜯어집니다. 이제 저 뒷부분 포켓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임텍. 글씨를 적어도 계속 지워지는데,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고 달아둡니다.



어깨끈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처음부터 어깨패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어깨끈이 수습 불가능한 시점에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청테잎 보이시죠? 그걸로 버티려고 했습니다만, 의미 없습니다. 어깨패드의 또 다른 장점은 어깨의 피로감이 조금은 줄여준다는 점. 단점은 저 고무 재질이 뜯어집니다. 짙은 옷을 입으면 어깨를 자주 털어줘야 합니다.





빙상 전문이니 평창 동계올림픽 배지를 달고 다닙니다. 뭐, 저거 달았다고 대접받는 거 없습니다.



가방을 열면 2개의 포켓과 포켓 옆에는 펜을 끼울 공간이 있습니다. 수줍게 머리를 드러낸 모나미153.





F-2가 주는 매력은 많습니다. 뜻밖에 장비를 잘 보호하는 파티션, 몸에 감기는 착용감, 빈티지한 외관...


하지만, 다량의 장비를 담기에는 너무 작고, 작고 예쁜 장비를 담기에는 너무 큰 단점도 있습니다.


적당한 수납공간을 필요로 하고, 사진을 찍어온 세월과 함께 멋있게 낡아가는 가방이 필요하다면 가질만한 가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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